[지리산씨 이야기]2017.02.21 새생명의 설레임과 경건함에 대하여

관리자
2022-04-20
조회수 494

과거 야생에서는 산양으로 불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삼한시대경부터 인간이 기르는 가축으로 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온순하지만 성질이 괴팍하여 잘 길들여 지지 않는다.

지금은 산양을 '흑염소' 라는 이름의 토종으로 인식된다.

 

우리가 닭과 함께 염소를 함께 농장식구로 받아 들인 것은 오래되고 보편적이어서 이다.

그들이나 우리나 서로 경험치와 정서의 오차가 적고, 위험부담도 크지 않기 때문에.

작년 봄 5월 23일.

잡초밭으로 변한 농장의 풀도 잡을 겸....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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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식가 라더니...

잘 먹긴 하는데 이 세마리로 풀을 잡는다는건 애초에 무리였다.

거기다 생각보다 기르기 까다롭다.

 

무엇보다 주변 농장에 피해가 없도록 영역을 잡아 줘야 하고 (줄로 묶는 건 실패. 울타리를 쳐야 한다.)

물에 약하니 비를 맞지 않게 집도... 거기다가 높은 놀이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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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상전이 되어 가는 놈들을 보는 건 가슴이 쓰릴 수 있다.

그냥 내려 놓고 어울리는 생명이 되는수 밖에.

그게 생태농장의 취지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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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가을에 임신을 했나보다.

숫놈 한마리에 암놈 두마리였는데... 특히 암컷 한마리가 부쩍 태기를 보인다. (염소는 5개월 정도 임신한다.)

문제는 그 전의 집이 너무 작다는 것.

결국 집도 새로 짓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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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배가 불록한 염소가 먼저 임신했다. 왼쪽은 아직 임신 중.)

 

아무래도 곧 낳을 것 같은데 마지막 추위가 맹위를 떨친다.

오늘새벽 영하 8도까지 구례 기온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불안하다.

낳다가 새끼가 얼어 죽으면 어쩌지?

출근하자 마자 부리나케 염소집으로 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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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한마리인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밖 동쪽 양지바른 곳에 한마리가 더 있다.

 

겨울밤 맹추위를 견디다 아침햇살이 비치자 양지바른 곳으로 나와 새끼를 낳은 것이다.

그 시간을 견딘 어미의 노고에 가슴이 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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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키우게 될 지, 아니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순간의 설레임과 경건함은 인간에 대한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지랄같은 세상이라 하더라도

모든 생명은 경이롭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만 제대로 해도 세상이 이렇진 않겠지만....

 

아, 그 닭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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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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