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씨 이야기]2019.07.03 하사마을 그림 수업, "그래도 기리"

관리자
2022-04-20
조회수 197

하사마을 엄니들과 그림 그리는 거, 올해로 네 해째다.

2016년부터 시작했다고. 나는 처음부터 함께한 건 아니지만, 오치근 작가님 말로는 어머니들 실력이 굉장히 늘었다고 한다.

못 그린다 하면서도 저마다 제 스타일대로 작품 하나씩 툭 툭 남겨놓으시니 대단하다.

 

 

처음엔 "죽어도 그림은 못 그리. 땅 파는 게 낫지." 이러셨다는데, 올해도 역시

"나 요거 하나만 칠해도." 하신다.

그런데 못 그려서가 아니라, 허리가 아프셔서....

"나 허리 아파 모대(못 해). 아이고 죽었다 깨나도 모대."

 

 

지난 해 학동댁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올해 월국댁 어머니는 손을 다치셨고, 유동댁 어머니는 다리를 다치셨다.

사동댁 어머니는 감나무에서 떨어져 허리가 부러진 후 더는 못 하겠다 하신다.

그림 수업 있는 하사마을여성노인회관 방바닥에는 붓도 있고, 연필도 있고, 물감도 있고, 또 '아프다'는 그 문장이 있다.

늙고 또 늙고 병들고 또 병들고, 자연스러운 과정이겠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여기저기 아파서 붓도 연필도 오래 잡기 어렵다는 어머니들 보면

세월이 참 야속한 거다 싶다. 이제 겨우 마흔도 안 된 나이에 이런 말하기는 우습지만.

우리 부모님 늙어가시는 것 보면 언제 저렇게 주름도 많이 생기고 흰머리도 많아지셨나 하는 생각에 울컥할 때가 있는데,

어머니들 '아프다 아프다' 하실 때도 좀 그렇다.

 

그래도 집에 가져가서라도 해 오겠다며 스케치북이랑 색연필 챙겨가시는 거 보면,

얼마나 고맙고 또 다행인지 모른다.

머리 아파서 오늘은 기림 안 기린다 하시는 강실댁 어머니에게 월국댁 어머니는 말하셨지.

"그래도 이거 기리.  기리믄 머리 안 아퍼. 기리는 게 좀 나사."

그림 수업이 뭐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엄청난 선물도 아니지만, 그 짧은 시간만이라도 어머니들에게 '아프다'에 집중하지 않게 해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픈 거 어떻게 고쳐드릴 수는 없어도, 좀 덜 아프시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오늘 보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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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들, 오늘도 기림이 참말로 좋소-

 

by 지리산씨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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